'보는 듣는 느끼는 것.'에 해당되는 글 14

  1. 2010.06.03 호미
  2. 2010.05.17 1Q84 2
  3. 2010.04.16 me,too
  4. 2008.09.26 2008 EBS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6

호미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에 대여섯 번도 더 연속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요새 같은 장마철엔 제법 콸콸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보통 때는 귀 기울여야 그 졸졸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
 
-  박완서 '호미'  -
 

1Q84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덴고는 알고있다.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비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때는 완전히 소멸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같은 작업이 더해짐으로써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렵사리 지나온 시간을 순서대로 고스란히 균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인간의 신경은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런 인생은 아마도 고문이나 다름없으리라. 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뇌의 확대에 의해 시간성이라는 관념을 획득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


-  무라카미 하루키 '1Q84' -


me,too


+
아침 일찍 일어나 책 정리를 하면서 미처 집으로 보내지 못한,
중학생때 학교에서 썼던 노트를 발견했다.
중학생 시절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참교육을 실천하시는 분이셨다.
그분께서는 주제를 주고 글쓰기를 시키셨는데
그걸 하나하나 읽어보시고 맨 아래에
당신의 의견도 한줄 써넣어주셨었다.

벌써 10년도 넘은 글들이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그때의 글들은 진심어린
사회적 관심이라던가 환경에 대한 걱정, 나의 가치관들이
서툰표현력으로 쓰여져 있었다.

그 선생님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적이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중
생활이 어려운사람들이 살고있는곳이었는데
아직도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었던건
얼굴전체에 화상을 입은 장애를 가진 한 남자가
내 손을 덜컥 잡아서였던것같다.
그때 웃어주었다. 나도 속으로는 놀랬겠지만,
그때 그사람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
내가 고등학생때 같은반에 다운증후군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를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아이의 친한 친구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살수없다는 친구들 말에
불쌍하다는 정도의 생각뿐이었지
'다름'의 한 부류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사실, 분리수거쯤은 병적으로 잘 하고
장보러 갈땐 꼭 장바구니를 챙겨가고
일회용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등등의 환경참여와
종종의 시위라던가 서명운동에는 참여하는 정도의 사회적관심뿐이지.
오히려, 사회에 나와 점점 길들여지면 질수록
현실에 치이고 지나친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되어져가는 것 같다.

'나는 사회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중
대부분중에 '진정 그렇다' 라고 할수있는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
아 이게 얼마만의 여유로움인가 !
'셔터아일랜드'와 '미투'를 두고 고민하다가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던건
아마도 오랜만에 읽은 그 노트의 힘이 컸을것이다.

역시 다수가 말하는 비주류의 영화는 관객수가 적다.
대중적인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영화들을 보는것을 좋아한다.
그 자체로서도 좋고 그리고 한적한 그 공간에서
일행 눈치안보고 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있을수있어서
혼자보는것을 즐긴다.
다만, 허리가 아직 다 낫질 않아서 통증때문에 고생 좀 했다.
(이번기회에 제대로 운동하리 ㅠ_ㅠ)


+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점이 더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외모상으로는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은 다니엘이
덜 성장한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우라가 더 미성숙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만나고 그녀의 키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자란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말뿐이아니라, 진심으로
'다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도, 말뿐인 인간이다.
머리는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것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들이 하는 사랑도 우리가 하는 사랑과 다를것이 없으며
그들이 받는 상처도 아픔도 우리가 받는것과 다를것이 없는데도
할수없는것, 하지말아야하는것, 다른것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를 보는 동안 딱 어울리는 노래가 생각났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 이라는 노래.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써 충분히 아름답다.


2008 EBS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한주간의, 나에게는 보물같은 페스티벌 !
전 세계의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들을 한데 모아 티비로 방영해 주고 ebs 본관과 모모 하우스에서 특별 상영도 한다.
요즘 매일같이 이것만 챙겨보고 있는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많은 다큐멘터리 중에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커피이야기였던 '블랙골드' 에 대한 짧막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알고있으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던 공정무역에 대해 다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유럽국가와 미국등의 강대국들의 자본주의의 횡포.

우리는 모두 커피를 그냥 마시는것이 아니라, 알고 마셔야 한다는것.
생활수준이 형편 없이 낮은 아프리카에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것이 아니라,
그들이 물고기를 잡은 댓가를 공정한 임금을 통해 그들에게 노동의 댓가를 알고 노동을 함으로써 창출되는 이익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나아가 그들 스스로 자립할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

그들은 당장 먹고사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그것이 후대에 희망을 줄수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고있었고,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사실은 현명한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중에 공정거래무역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새삼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년간 아프리카의 원조량은 늘어났고 더 가난해졌다.
아프리카의 세계무역비율은 단 1% 라고 한다.
단 1%가 더 오르면 원조를 받는 금액의 몇배이상이라고 한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그들 자신도, 강대국들도 모두 알고있겠지만, 이해관계로 인해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매우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나 뿐만 아니라 이것을 본 모든 사람들이 가슴으로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일들부터 실천해 나갈수있는 능동의 힘을 감독은 관객으로부터 이끌어 낸다.

(* 이 다큐멘터리제작시에 스타벅스나 네슬레 등등 몇몇 대기업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한다; )





1_
나는 개인적으로 'The Body Shop' 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애용하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의 이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었다.
[동물실험반대, 자아존중고취, 커뮤니티 트레이드 지원, 인권보호, 지구환경 보호]

2_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초등학생시절의 나의 꿈이 생각났다.
그때 나의 꿈은 환경-사회 운동가였다.
물론 지금은... (분리수거나 잘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땐 길거리에 쓰레기도 줍고 다니고 환경보호와 지구와 우주에 관심이 많은 바른생활 어린이였다.
생각해보면 우주소년단이었던 친구가  과학탐구 잡지를 학교에 가져왔을때,
물론 아인슈타인 이론에 대한 글을 자세히 읽고 이해했을리 없지만
푸른 지구 사진을 보는걸 참 좋아했었다. ( 지금의 나는 수학 과학을 정말 못한다 '_'; )
참 창피하다. 어릴땐 호기심도 많고 저런 멋진꿈도 가지고있었는데...
지금은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있으니 말이다.


3_
나는 어떠한 형태의 다큐멘터리든 그 자체를 좋아한다.
주제가 무엇이든간에 , 그것은 non-fiction 이며 우리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실제 현장에서 뛰고있는 분들이 하시는 소리라며 몇몇 분께서 하시는 말을 들어보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허구가 반영된다고는 들었으나 
의도가 변질되지 않는 것이라면 어느정도까지는 눈 감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영상물 하나지만 이것은 개개인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수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만든 다큐멘터리는 그 어떤것에 비교할수없는 값진 보물이라 생각한다.

(그런의미로 '알레한드라 이슬라스' 감독은 같은여자로서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4_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면,
작년 시네마 디지털 축제때 보았던 다큐멘터리, 아마드를 찾아서 (Losing Ahmad) 도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