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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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책 정리를 하면서 미처 집으로 보내지 못한,
중학생때 학교에서 썼던 노트를 발견했다.
중학생 시절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참교육을 실천하시는 분이셨다.
그분께서는 주제를 주고 글쓰기를 시키셨는데
그걸 하나하나 읽어보시고 맨 아래에
당신의 의견도 한줄 써넣어주셨었다.

벌써 10년도 넘은 글들이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그때의 글들은 진심어린
사회적 관심이라던가 환경에 대한 걱정, 나의 가치관들이
서툰표현력으로 쓰여져 있었다.

그 선생님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적이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중
생활이 어려운사람들이 살고있는곳이었는데
아직도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었던건
얼굴전체에 화상을 입은 장애를 가진 한 남자가
내 손을 덜컥 잡아서였던것같다.
그때 웃어주었다. 나도 속으로는 놀랬겠지만,
그때 그사람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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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때 같은반에 다운증후군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를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아이의 친한 친구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살수없다는 친구들 말에
불쌍하다는 정도의 생각뿐이었지
'다름'의 한 부류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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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리수거쯤은 병적으로 잘 하고
장보러 갈땐 꼭 장바구니를 챙겨가고
일회용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등등의 환경참여와
종종의 시위라던가 서명운동에는 참여하는 정도의 사회적관심뿐이지.
오히려, 사회에 나와 점점 길들여지면 질수록
현실에 치이고 지나친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되어져가는 것 같다.

'나는 사회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중
대부분중에 '진정 그렇다' 라고 할수있는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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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얼마만의 여유로움인가 !
'셔터아일랜드'와 '미투'를 두고 고민하다가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던건
아마도 오랜만에 읽은 그 노트의 힘이 컸을것이다.

역시 다수가 말하는 비주류의 영화는 관객수가 적다.
대중적인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영화들을 보는것을 좋아한다.
그 자체로서도 좋고 그리고 한적한 그 공간에서
일행 눈치안보고 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있을수있어서
혼자보는것을 즐긴다.
다만, 허리가 아직 다 낫질 않아서 통증때문에 고생 좀 했다.
(이번기회에 제대로 운동하리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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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점이 더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외모상으로는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은 다니엘이
덜 성장한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우라가 더 미성숙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만나고 그녀의 키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자란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말뿐이아니라, 진심으로
'다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도, 말뿐인 인간이다.
머리는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것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들이 하는 사랑도 우리가 하는 사랑과 다를것이 없으며
그들이 받는 상처도 아픔도 우리가 받는것과 다를것이 없는데도
할수없는것, 하지말아야하는것, 다른것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를 보는 동안 딱 어울리는 노래가 생각났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 이라는 노래.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써 충분히 아름답다.